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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숲에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어

 

 | 박두규

 

 

귀가 순해지는 나이가 넘도록 몸 안의 세상과 몸 밖의 세상을 헤매고 다녔으나 아직도 눈이 어둡고 이승의 꿈은 버겁다. 언제쯤이나 세상의 이름도 내려놓고 반야(般若)의 눈빛 하나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시 한 수로 거침없이 세상을 재단하며 모든 것들이 가소롭던 치기 어린 시절도 가고 어느덧 세월에 발가벗겨진 스스로를 본다. , 숲에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어도 숲은 보이지 않고 아직껏 변방을 떠도는 영혼이 가엽다.

 

 

 

 

 

| 이형월 회원

 

신록의 빛이 마음을 끌었을까, 5월 들어 시간이 나면 가까운 산을 자주 찾게 된다. 집 옆 공원이든 근교의 산이든 학교 운동장 작은 숲이든 마음이 편해지고 눈이 즐거우니 짬을 내서 자꾸 들어가게 된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은 혼자서 이러저러 잡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팔다리를 놀리며 건강을 챙기는 맛이 좋다. 또 한적한 곳은 동무와 붙어 노닥노닥 고민도 나누고 가르침도 얻고 추억도 쌓는 재미가 좋다. 숲에는 푸른 여유와 건강이 한가득이다.

 

3 딸과 고1 아들도 갑작스레 시작된 나의 잦은 산행이 싫지만은 않은 듯하다. 내가 없는 집이 아이들에게는 숲이라 생각한다. 아직 마음에 남아 있는 화와 분의 대부분은 기실 두 아이에 대한 나의 욕심 탓이다. 나는 가여운 영혼이다.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는 더 자주 숲에 들어야 한다. 숲에 몸은 담갔으나 아직 마음은 숲에 흠뻑 적셔지지 않았다. 언제나 마음도 숲에 들어 덜 가여운 영혼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