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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직면 - 김이듬 (2019.01월)



처음엔 한사코 입을 열지 않는다


카메라를 피한다


알제리에서 온 젊은 여자 아미나(Amina)


2년 넘게 노숙하고 있지만


이곳을 떠날 의사가 없다


다시 찾아간 늦가을 저녁 철로 변에 그녀가 누워있다


이리 나와 봐


네가 들어와


이불 안은 더럽고 따듯하다


지하철 환풍기 위에 자리를 잡아 열기가 이불을 데운다


히잡 두르기가 싫었어 여자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었고


고향에서 도망쳐 와 불법 체류자로


왜 나는 조금 일찍 출발하지 못했을까


아미나는 자기 의지로 왔다고 하고


딱히 몰아낸 이를 댈 수는 없지만 난 내쫓긴 것 같은데


누구도 빵을 던지지는 않는다


가벼운 지구를 업고


우리는 휘청거리는 행인을 본다


 


 


 


 


근 열흘 시집 한 권을 들추고들추고 하고 있다. 시 한 편 읽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쉽게 그 다음 편으로 넘기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시집을 덮고덮고 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시인은 세상의 많은 일들에 마음을 둔다. 시인에게 세상은 부당한 일투성이이다. 그것들이 시인은 불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그냥 넘겨지지 않는 것이다. 사과를 깎다가 TV를 보다가 개 짖는 소리를 듣다가 숲을 걷다가 도시의 거리를 걷다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시집 전체에 일렁인다.


시인의 마음이 틀리지 않아 내 마음도 불편해진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에 무심한 나가 보여 자꾸 책을 덮게 된다. 그래도 한쪽으로 치우고 싶지는 않다. 책을 들추는 만큼 내 생각도 세상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다. 불편하지만, 시인에게, 고맙다.



글 | 이형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