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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글] 미국에 대한 생각 (2019.01월)

80년대 초 대학교 다닐 시절에 학교 내에서 종종 학교 건물 높은데 올라가 유인물을 뿌리는 학생과 광장에 학생들이 모여서 집회를 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기억으로는 유인물을 뿌리는 학생을 잡으려고 연노란색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해당 건물로 뛰어 들어가곤 했다. 모여서 집회 후에는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뿌렸으며 모인 학생들을 해산하고 잡으려 연노란 잠바를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최루탄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도망치는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여러 대학 건물로 도망치는 바람에 다니는 단과대학 건물 내에서 최루탄 연기를 마시고 눈에 들어간 매운 최루탄 연기를 씻어 내곤 했다.



고등학교 3학년 6월경으로 기억된다. 같이 살고 있는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성당에서 받았다는 유인물에 광주 5·18항쟁의 얘기가 실려 있었다.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으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군인들에게 맞아서 다쳤다는 광주 5·18 민주항쟁운동이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항쟁운동 이후 미국의 태도에 분노한 학생들의 끊임없는 반미 운동이 시작되었다. 최초는 1980년 12월 9일 저녁 전라남도 광주시내에 있던 광주미국문화원에 전남지역 농민회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방화한 사건이다. 이후 1982년 3월 18일, 부산 고신대 학생들의 부산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은 5공화국 초기에 일어난 ‘반미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 학생들은 광주 5·18 민주항쟁 시 학살 지원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규명하고 응징하고자 문화원을 기습해 방화를 하였으며 “미국 세력의 완전한 배제를 위한 반미 투쟁을 끊임없이 전개하자.”라는 내용의 전단 수백 장을 뿌렸다. 이 ‘부미방사건’ 으로 1980년대의 반미 투쟁이 시작되었다. 뒤를 이어, 1985년 4월 부산미국문화원 투석 사건, 5월 서울 지역 5개 대학의 학생 73명이 서울미국문화원을 기습적으로 점거하고 미국 정부를 규탄한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 등이 이어졌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전국의 미국문화원 점거 시위를 하고 방화를 한 이유를 묻는다면 미국은 왜? 광주 민주화항쟁 시 전두환 정권의 시민 학살에 대해 방조하고 지원을 하였는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당시의 대학교 교내 풍경은 요즈음 겨울철 해가 뜨지 않은 잿빛과 같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학교 내에는 학생들의 집회나 데모를 방지하기 위해 캠퍼스 의자에 연노란 잠바를 입은 사람들(경찰 또는 안기부 직원이라 추정함)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집회를 열고 데모를 하면 바로 잡아 가고 해산하기 위해서였다. 광주민주화항쟁의 사실 내용을 알리는 집회를 열거나 데모를 주동한 대학생들은 경찰에 잡혀갔고 또한 일부는 군대에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강제로 징집 당하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하게 된 미국의 독점자본은 전후의 불황을 극복하고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하기 위해 군부 및 정치 집단과 결탁하여 군수산업을 팽창시켰다. 이를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라고 한다. 군산복합체는 초국적기업과 결합해 공동 무기개발 및 생산, 군사과학기술의 교환 등 각종 군사협력체계를 이루었고 이와 같은 기반에서 제3세계로의 무기수출도 증대했다. 군산복합체의 강화는 한편으로 선진국간의 군비 경쟁과 경제의 부패 현상을 심화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무기 수출을 둘러싼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록히드 뇌물사건, 이란-콘트라 사건, 이라크-미국 전쟁 등은 군산복합체의 국제적 진출 및 강화에 따른 국제분쟁들이다.



금년 2018년은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4월 17일 판문점에서 시작한 3차례 남·북 정상회담,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모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는 현재의 휴전상태를 곧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라 믿었다. 작년 2017년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험한 모욕적인 언사를 동반한 전쟁을 일으킬듯한 날선 상황을 기억한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북·미간 대립적인 상황을 우리나라 문재인정부와 북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모드로 반전시킨 상황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30년 전 대학을 다니면서 들어 알고 있었었던 미국 군산복합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는 이들 군산복합체들이 미국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계속해서 한반도에 긴장 상태를 유지시키고 무기를 우리나라에 판매하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언론사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과도한 요구사항을 내걸어 북·미간 협상을 어렵게 하고 지연시키는 것은 이들 군산복합체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를 하였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과거 군사정권이나 보수정부 시절에는 언론에서 들을 수 없었다. 최근 일부 언론사에서 이들 실체에 대한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30년 전 대학시절에 알고 있었던 미국 군산복합체의 행태를 이제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얘기를 한다는 것을. 시대가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미국무기 수입국 중에서 단연 1위다. 지난 10년간(2006~2015년) 약 36조원의 미국무기를 수입했다. 미국산 무기 수입국 중 규모 면에서 최대 규모다. 2016년, 2017년 매년 7조원 이상 미국 무기를 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정말 아름답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나는 아직도 미국을 한자로 미국(美國) 이라 쓰지 않고 미국(米國)이라 쓴다. 미국은 땅만 크고 자원만 많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힘이 쎈, 그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국제 깡패라고 생각한다. 세계 평화를 얘기하면서 항상 자국민과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해방이후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했던 일들 다시 생각, 재정립해야 한다. 제주 4·3사건, 여순민중항쟁, 광주 5·18 민중항쟁 시 항상 미국이 있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잘 했던 것과 못 했던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상대를 알고 주도적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글 | 소재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