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내일은 수요일(오은)
2021. 5. 20. 15:53
내일은 수요일 체육 시간이 있다 농구도 축구도 못해서 여름이어서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하굣길에 벌써 울적하다 국어 시간에도 영어 시간에도 수학 시간에도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눈치껏 몰래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체육 시간에도 손이 근질근질하다 공을 던지는 손이 아니라 펜을 쥐는 손이 눈치를 보기에 운동장은 너무 넓다 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여름 방학에도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어떤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마냥 흥미진진하고 싶은데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한다 나는 갑자기 아픈 것 같다 다음 장면은 운동장일 것이다 말풍선은 오늘 떠오르지 못할 것이다 글 | 이형월 회원 한 아이가 있습니다. 참 다양한 색깔을 가진 소년입니다. 수업시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