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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모음/› 회원기고

[마음시]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 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안내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금연과 층간소음 예방 협조 글은 거의 고정이고, 해충 방역이나 가스 안전 점검, 분리수거 관련 글도 자주 보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일종의 소식지 역할을 하는 셈인데, 딱딱한 글만 걸기가 그랬는지 '좋은 글' 란(欄)도 있습니다.

계절에 어울리는 시나 감동을 주는 글, 유명인의 일화 등 매주 새로운 내용에, 가끔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있어 탈 때마다 쳐다보게 됩니다.

 

올여름 많은 이들의 화제에 오르던 드라마에 고래가 등장하더니, 어느 날은 이 시가 붙어있습니다.

푸른 바다, 고래, 청년, 사랑, 별, 이 말들만 나열해도 근사한 시가 되는 듯합니다.

푸른 바다를 나는 고래를 키우는 꿈이 청년만 있을까요.

새끼고래도, 어미고래도, 늙은 고래도 모두 깊고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것처럼 어느 누구라도 가슴에 꿈 하나 간직하고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면 뿌듯함과 설렘이 잔잔하게 밀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을 꿈꾸는 고래가 되고 싶습니다.

 

글 | 이형월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