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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미회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김영기대표)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회담이 예상과 다르게 성과 없이 끝났다. 회담 전의 우호적인 여러 정황과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당혹스러운 결과이다. 이미 정상회담 전에 오랫동안 실무자들의 연쇄 접촉으로 상당히 의견 접근을 보았던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월 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그 다음 주(17일~23일) 제3국에서 후속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측대로 북미는 ‘2월 말 베트남’ 정상회담을 향한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착수하여 스톡홀름에서 2차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수차례 진행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월 19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스톡홀름 외곽 휴양시설에서 합숙 담판을 벌였다. 비건 특별대표는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예방 일정에 배석한 직후 스웨덴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추진 당시와 비교하면 고위급 회담에서 곧바로 실무협상이 이어지는 건 이례적이었다. 북미 모두 속도전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번 실무협상에서 양측이 빠르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차 회담 당시에는 ‘협상 무산 방지’의 소극적인 중재 역할에 그쳤지만, 이번엔 북미협상을 가속화하는 적극적인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건-최선희’ 실무라인의 우리 측 카운터 파트너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22일 일정으로 스웨덴을 방문해 실무협상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본부장은 스톡홀름 체류 기간 동안 한미, 남북 간 양자협의나 남북미 3자 협의를 추진하며 북미협상의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스웨덴에서 북미 간 실무 대화가 이어지고 있고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2월 말 열리게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좋은 소식”이라며 남북미 3자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접 언급했다.  외교부도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성공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짐으로써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와 강경화 두 장관은 지난해 한미 양국의 공조 하에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진전을 이룬데 대해 평가하고 올해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구축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회담 결과에 대한 밝은 전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차 투어를 통해 한껏 고무되었고 하노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식 만남과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절정을 이루었다. 하지만 다음날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회담의 결과는 모두가 목격한 바와 같이 결렬이었고 사전에 예정되었던 공동결의문 서명식도 취소됐다. 트럼프는 회담 결렬 기자회견을 했다. 물론 회담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양측 모두 이후 지속적인 만남은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북측 실무자의 심야 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전 실무 접촉과는 다르게 양측이 분명하게 이견을 보였고 회담이 결렬된 것은 분명했다. 보통 정상회담은 사전에 충분히 의제를 공유하며 미리 합의·보고·조율하여 최종 타결과 공동성명 발표를 통한 마무리 과정이 일반적인 관례여서 충격이 더욱 컸다. 우리 정부도 전날까지도 긍정적인 회담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 내용을 볼 때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측의 태도 변화에 기인한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과 북측 실무 협상자들의 반발 회견 등을 종합해보면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알파에 대한 견해차 즉,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여타의 핵시설과 장거리 미사일, 화학무기까지의 전면적 폐기 등을 모두 언급하며 압박한 미국과 영변 혁폐기를 통한 반대급부로 부분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예상한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전면적이며 포괄적인 접근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떠한 경제제재도 해제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의 미국의 태도 및 최근 실무협상과는 다른 모습이며 미국 내의 민주당 분위기나 트럼프 자신의 탈출구로 강경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다시 우리에게 넘어왔다. 자칫하면 전면적 교착 상태로 빠질 위험에 처한 북미 회담을 재구성하여 양측의 간극을 좁혀내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방안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시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얘기했듯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에도 알 수 있듯이 운전자론이나 중재자를 자임한다면 우선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충분히 듣고 주장하는 바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처럼 미국 측의 즉흥적이며 돌발적 의견 제시로 이전 협상의 성과가 헛되게 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의 상황과 민주당 입장, 내년도 대선을 고려할 때 가능하면 올해 안에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 어렵게 조성된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전면적인 경제교류 확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꼭 이루어야 할 일이다. 조급하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양측을 설득하며 역할을 해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청와대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야당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만남을 통해 북미 회담에 대한 의견 접근을 확대하며 극단적인 주장이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글 | 김영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