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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모음/› 회원기고

[마음시] 마을의 법칙 - 류지남

 

                                                                

 

풀 하나가 살아서

온 들녘이 푸르다

나무 한 그루가 살아서

저 산이 싱싱하다

먼 곳에 너라는 별이 있어

밤이 어둡지 않다

 

 

 

풀이 하나 죽어

가을이 누렇다

나무 한 그루 넘어져

산이 어둑해진다

네가 아프다는 소식에

낮에도 내내 깜깜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온 우주가 모였다 흩어진다

사는 일도

죽어 흩어지는 일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어디,

허튼 곳 하나 없다

 

 

 

 

 

 

| 이형월 회원

 

 

가을의 시작과 함께 엄마는 대상포진으로 입원을 하셨다. 다행히 빨리 치료되어 일주일만에 퇴원하는 날, 엄마는 아파트 입구의 꽃들을 손으로 훑듯이 쓰다듬으며, 잘들 있었냐, 인사를 하셨다. , 엄마의 진심이 느꺼져 나는 소리없이 울컥하였다.

 

 

그리고 한 달 여 뒤, 엄마는 집앞에서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입원 중이시다. 발등에 금이 가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평소 지나칠만큼 깔끔하신데다 자식들에게 짐 되는 일은 탈탈 터는 엄마를 간병하는 일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고되다. 엄마는 간병하는 자식 끼니와 잠자리 걱정에 노심초사하시고, 밤중에는 행여 자식 깰까봐 조용히 혼자 움직이려고 애쓰신다, 그러다 낙싱이라도 하면 큰일 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나도 언니 오빠들도 안다, 이게 우리 엄마라는 걸.

 

 

어쩔 수 없이 자식 도움은 받지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엄마는 문득문득 한숨을 쉬신다. 그 한숨의 의미를 다는 모르지만, 마음도 아프고 서운한, 아직 덜 익은 나는 투덜투덜 엄마에게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다 속상한 마음에 조용히 귓가 눈물을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