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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복지계의 갑질, 종속적 동반자 관계의 비극 (윤찬영 대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끄는 공공(公共)과 민간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기능하느냐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와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은 삼각구도를 이루며 협력과 긴장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복지국가를 선포한 이래 복지국가는 현대국가의 특징이자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정부가 국정기조로 생산적 복지를 주창한 이래 참여복지, 능동적 복지, 맞춤형 복지를 거쳐 현재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까지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가 딱히 복지국가라고 할 수는 없어도 복지국가를 지향해 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적어도 복지국가라면 국민에 대한 부양과 돌봄의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책임이 국가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부양과 돌봄의 일차적 책임은 개인과 가족에 있으며 여기에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이 보충적 역할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가 해야 할 상당한 정도의 사회복지서비스는 민간에 의해 제공되거나 전달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보육과 요양 분야는 대부분 민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복지서비스들이 민간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소요되는 재원은 공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특징은 공공의 재정지원과 민간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협력적 관계의 모델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적이려면 양자가 대등한 지위를 가지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양자의 관계는 매우 종속적이며 불균등하다. 민간은 공공의 돈을 지원 받는 청부업자 또는 대행자의 지위에 그친다.

 

민간과 서비스 공급계약을 주도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이다. 국가재정을 지원받더라도 민간과 복지서비스 공급 및 재정지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상당 부분 지방자치단체이다. 물론 여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도 투입된다.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은 함께 지방을 구성하면서 파트너로서 역할을 나눠 갖는다. 그러나 정치화된 지방자치제에서 지역복지는 마치 전리품을 분배하듯이 자치단체장의 지역정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물질적 지원을 바라보는 지역의 민간자원들이 경쟁하며 나서고 있다. 그 중에는 종교관련 단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공으로부터의 지원은 민간복지계의 중요한 물질적 기반을 이룬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각축과 갈등 또한 상당하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물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족경영체제를 구축하거나 기관장에 의한 강력한 노동통제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기관장은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임명되며 대개는 법인을 위한 집사 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민간 사회복지계의 권력의 계통은 공공-법인-기관장-종사자 이렇게 이루어진다. 기관장도 종사자도 대개는 사회복지사다. 이들은 같은 사회복지사이지만 동료로서의 의미보다는 기관장과 종사자라는 계급적 관계를 이룬다. 기관장은 법인에 잘 보여야 하고 법인은 공공에 잘 보여야 한다. 공공은 민간 기관에 대하여 지도감독권과 평가권을 가지고 있다. 법인은 공공의 지원이 중요한 물질적 기반이므로 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이 정도면 유능한 기관장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노동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고 계급적 지위는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 지역사회에 파장을 몰고 온 사회복지시설장들의 연이은 갑질 문제는 개인적인 일탈이 작용한 부분도 있지만 구조적인 기제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배후에는 복지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못 하는 공공 그리고 이에 기생하려는 민간 자본의 천박함이 결합된 문제다.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공성이 정착되지 못하면 사회복지는 사유화된 권력에 의한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며 복지 노동에 대한 인간적 착취는 계속 될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할 방안에 대하여 공공과 시민사회가 연대와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