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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단계 진입 이후 (김영기 대표)

느닷없이 다가온 코로나 19는 큰 충격과 아픔이었습니다. 국내와 해외 진행 상황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전쟁의 공포보다도 더 큰 것이었고 치료약도 없이 발생한 수많은 인명 피해는 두려움 자체였습니다. 나름 안정적인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사회에서 초기 대응을 적절하게 해왔음에도 폐쇄적인 특성을 보이는 종교 집단인 신천지라는 돌발 변수로 폭발적인 창궐을 보며 사태 진전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가 탄탄하고 복지와 문화 강국이라는 서구 선진국도 코로나 19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속수무책으로 퍼져나가며 예상 이상의 인명 피해를 겪는 것을 보며 놀라웠습니다. 그들은 자국의 의료체계와 시민사회의 수준, 문화적 자부심에 취해 자만하여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걷잡을 수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후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 적용은 신중해야 할 집단 면역을 들먹이며 사회 소외계층이나 노약자를 비롯한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가능한 능동적인 대응을 기피하여 사태를 증폭시키고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킨 것입니다. 일례로 마스크를 흔히 쓰는 동양적 미덕을 효과와 효율, 의학적 효용을 들먹이며 조롱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감기 등 전염성 질환에 걸렸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며 미덕입니다. 의약적 효과를 떠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에서 하는 행위를 과학의 잣대로 섣부르게 판단한 우월주의와 문화적 맹신이 부른 참극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균전이나 국제 전염병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 예언한 여러 예측들이 떠오르는 시절입니다. 벌써 25만여 명이 사망했다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혹자는 코로나 19 이후 변화될 세계 모습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코로나 19는 전쟁보다도 더 참혹한 상황을 만들었고 국가 간 교류와 소통을 일시에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인이 세계 180여 개국에 입국을 금지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는 동맹도 우호의 가치도 다 쓰나미처럼 쓸어버리고 오직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호혜평등은 간 곳 없고 국수주의적 자국 보호만이 우선시된 것입니다. 하물며 국가 내에서도 지역 간 교류를 원천 봉쇄하는 것처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현실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신천지 집단 감염과 확산이라는 초유의 복병을 만나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만들어지며 의료 대란과 마스크 부족이라는 사태를 경험했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으며 의연히 대처해 나갔습니다. 우리의 의료체계와 의료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이며 서구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제도입니다. 사각지대가 난무하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갖추어진 제도입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정비하고 보완하면 복지 강국인 북부 유럽이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코로난 19의 안정화는 공공의료부문과 민간 의료부문이 조화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며 창의적인 방식과 내용으로 속도감 있게 대응하여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특히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 부문도 앞장서서 환자를 보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민들도 방역 당국의 지침을 솔선수범하여 따르고 상당 수준의 기본권을 포기함으로써 신속 원활하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빨리빨리문화가 이렇게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방역당국과 의료 영역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적인 활동이 기본 전제가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신천지 발병 초기에는 안이함과 과신으로 약간의 어려움에도 봉착하여 초유의 사태로 마스크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 확진지 감염 경로 추적. 워크 스루 검사를 비롯한 진단 검사의 신속성, 창의적 적용 등 많은 노력으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갈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는 공공의료체계와 공공의료보험제도의 유용성이 돋보인 사건이었습니다.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쇄가 다시금 떠오릅니다. 평시에는 예산만 축내는 부실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유사시에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고 각급 보건소의 역할을 증대시켜온 것이 위기의 순간에 빛난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극복해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기본권은 가능하면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족합니다. 도리어 이러한 환경이 보건당국에 의해 스마트 체제를 활용하여 동선 파악과 경로 추적, 접촉자 격리 등을 용이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본권을 언제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궤변으로 나아가지 않아야 하고 법률에 의해서라도 함부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19 과정에서 침해된 기본권과 과다한 사생활 침해 등은 보완되고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쟁 상황이나 전쟁에 준하는 상황에서는 기본권이 침해될 확률이 높고 이는 사회 지도층보다 시민 그중에서도 여성, 아동, 노약자 등 사회 소외계층에서 기본권 침해가 훨씬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코로나 19 확진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이 거의 털리는 상황도 보완되어야 합니다.


언제든지 또 다른 전염병 창궐의 준전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면 위기에서 시민들이 꼭 지키고 양보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사전에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과제가 제시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조그마한 나라로 다른 나라와의 교류 없이는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질 높은 삶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번 사태처럼 거의 모든 나라와의 교류가 끊기고 국내 상황도 유사한 조건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세세하게 검토하며 대처방법과 내용을 미리 설계해 놓아야 합니다.  코로나 19로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에 놓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고 있는 각계각층의 모든 영역이 정상적인 활동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하여 모든 시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