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이슈

[특집]창립20주년 특별좌담

2011년 동전장보기투쟁의 전개와 현재적 과제



지면 사정상 10월호 소식지에 일부 내용만 발췌·요약해서 게재되었던 좌담회 편집본입니다. 전체 대담 내용은 본 게시글 하단에 첨부하고, 창립20주년 백서에도 실렸습니다.






○ 일시: 2019년 9월 19일(목) 오전 10시

○ 장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회의실

○ 사회: 김남규 정책위원장

○ 대담: 이명자, 조지훈, 김진왕, 이창엽

○ 기록: 박우성



김남규: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 전에 드릴 말씀은 자유롭게 이야기 하시되, 글로 편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맥락을 따서 발언을 좀 정리를 할 것이니 참고를 하시고요. 두 번째는 추억도 추억이지만 우리가 실행한 것이 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어요. 그 이야기는 전주가 최초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도 제정하고 전국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비롯해서 구체적인 우리 시민사회의 어떤 노력이 있었는가는 잘 조명이 안 되고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측면이 있어서, 단체 입장에서는 왜 이런 일을 준비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누구와 함께 일을 했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는 과정에 대한 평가가 좀 중요하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같이 맥락을 이어주십사 하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김남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선 누가 말씀을 열어주시죠. 일단 구체적으로 동전투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리 조의장이 그때 갑자기 천막을 치는 바람에... (일동웃음)


조지훈: 그러니까 그게 2010년 12월인데 제 기억에는 시민사회진영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있었어요, 골목상권에 대해서. 근데 그 어느 곳도, 제도정치권에서 응답하는 그룹이 없었죠. 아무도 없었고 다만 저 같은 경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약간의 부채의식 같은 것도 좀 있고. 의장을 하면서 뭔가 하나는 도움이 돼야 된다고 하는 책임감이 있었고.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래도 시의회 의장이 그 앞에서 천막 치면 진짜 영업시간 1~2시간은 단축 시켜줄 줄 알았어요. (일동웃음)


김남규: ‘갑자기 천막을 왜 쳤을까?’라는 질문은, 출신도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고민들 이런 것들이 마음 깊이 있었다라고 하는 거로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창엽 처장이 그 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창엽: 이마트가 전주시에 들어서면서 처음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때는 새로운 유통이라서 그걸 전면적으로 반대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상태였고, 이마트 현지법인화라도 하자 해서 그 운동을 꽤 했었다가 결국 그게 실패로 돌아서고 휴지기가 있었죠. 그래서 소위 우리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뭔가 대책을 강구하고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특화된 운동이 조직될 필요가 있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 2007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대형마트가 얼마나 우리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지 그 현실이라도 알아야 되니까 시민경제아카데미라고 학교도 엽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우리 지역만의 피해가 아니라 전국적인 피해고, 특히 그때 문제의식이 높았던 지역이 부천, 그리고 대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전국과 연대해서 2008년인지 2009년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전북지역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저희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하고 YWCA가 중심적인 위치에서 간사단체 역할을 했죠.


김남규: 그때 요구사항이 정확히 뭐뭐였어요?


이명자: 평상시에 대형마트가 영업시간을 12시까지 하는데 오후 10시로 단축하고 매월 3일간 휴업을 하라는 요구를 했죠.


이창엽: 동전장보기 투쟁을 추진하는데 제일 특기할 만한 게 뭐였냐면, 이미 꾸려진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에 아주 중요한 시민단체가 합세합니다. 그게 뭐냐면 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 그때 류춘택 회장님이 이마트에서 출범식 할 때 말씀도 해주셨어요. 시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으려면 조직부터 그렇게 해야 된다. 그래서, 류춘택 회장님이 ‘이게 진짜 자원봉사죠’ 이렇게 하면서 같이 했던, 그렇게 해서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김남규: 이번에는 그 전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 볼게요. 우리가 대형마트 모니터단을 만들잖아요. 그 전에 시민경제아카데미를 만들었는데 이게 다 전략적이에요. 활동가만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류춘택 회장님 참여한 것처럼 이 외연을 어떻게 시민과 같이 갈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 활동가 먼저 공부하고 판단하되 이걸 시민사업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민경제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결과로 대형마트모니터단을 만들게 되는 거죠. 그 최초 단장이 김진왕 씨였죠? 


김진왕: 원래 처음에 단장이 된 게 아니라요, 시민경제 아카데미 몇 기까지 했는지 모르겠는데, 1기 끝나고 동창회처럼 회장을 뽑았어요. 제가 회장이 됐는데, 계속 하면서 유대근 교수님 모시고 공부하다가 대형마트시민모니터단이 구성되고 단장을 맡게 된 거예요. YWCA하고 소비자정보센터하고 함께 마트 위생검사 같은 것 나가면서 몇 건은 잡아서, 대형마트 몇 군데가 그 표기가 잘못 돼서 벌금을 물은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제조 날짜, 유통기한 이런 것들은 바꿀 수 없잖아요. 그리고 그거 하기 전에 이마트는, 그 집하장 적재함 있잖아요? 그게 도로인데 거기에 쌓아놓고 있어서 사진 찍고 문제제기를 했죠. 그래가지고 저희 가면 치우고.


김남규: 그때 모니터단이 대형마트보다 싼 슈퍼 물품을 추려내기 시작했지요. 당시에 생필품 품목을 뽑아서 가격 조사를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가 실제 해보니까 상품 중량이라든지 이런 기준이 다른, 그래서 가격들을 실제 비교하니까 오히려 비싼 것도 있고, 싸지 않다는 것들이 증명되기 시작합니다. 구체적인 함량 비교 이런 거 하면서 대충 상상만 했던 것을 확인하고, 대형 마트의 물건이 싸다는 잘못된 통념을 깨나가기 시작하죠. 이제 동전투쟁으로 좀 옮아가 볼게요. 실제 며칠, 얼마 썼어요?


이창엽: 처음 동전장보기를 한 날짜는 1월 31일이었고요, 초반에는 1회당 한 50만 원 정도 썼고 총 9차례였습니다. 그러니까 3월 23일까지는 아마 회당 50만 원 정도씩 했다가 나중에 이제 4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을 연속으로 한 적 있어요. 그때는 하루에 백만 원씩 쓰자고 했는데 다 못 쓰고, 2백만 원 바꿨는데 그것도 남았어요. 또 3월 달까지는 10원짜리를 쓸 수 있었는데 4월 총력 투쟁 준비에 들어가니까 10원짜리를 못 구하는 거예요. 늘 돈을 바꿔주던 그 은행에서, 10원짜리가 더 이상 없어서 못 바꿔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4월에 하루 백만 원씩 가능했던 게 뭐냐면 10원짜리가 아니라 50원짜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100원짜리는 아주 극히 일부가 있었고. 백만 원 중에서 10원짜리가 한 30만 원, 50원이 나머지 한 70만 원.



조지훈: 제 천막으로 들어온 돈에는 100원짜리도 많이 들어왔는데.


김남규: 동전 모금을 했어요? 그때?


조지훈: 그럼요, 동전 모으기 줄려고 거기 앞에다 동전 모금통 놨었죠. 그때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는데, 어떤 아이가 돼지 저금통 꽉 찬 10원짜리 50원짜리 100원짜리를 놓고, 그래가지고 제가 그걸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었어요. 그것도 있었고, 비닐 봉투에다가 초등학교 1~2학년 애가 엄마 손잡고 와서 편지로 저는 이마트 다니는데 진짜 이런 거 몰랐어요, 미안해요. 이렇게 편지 써가지고 이걸 주고 가고. 그게 거의 한 20만 원 이상 제가 전달해 드렸던 것 같아요.


김남규: 시민 동전 모금이 10%가 조금 안 되긴 하지만 그런 모금도 있었다는 거네요. 그때 도의 경제살리기도 합류하지 않았었나요?


조지훈: 그때 참여연대 회원인 김정두가 거기 팀장으로 있어가지고, 그쪽에서 왔지요.


김남규: 우리가 행간에서 좀 놓친 부분들이, 우리가 굉장히 디테일한 준비들을 했다는 것이 지금 다시 확인되고 있는데, 저는 기억에 남는 게, 이마트에서 처음엔 10원짜리 동전 세는 기계까지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디테일하다는 게 뭔가 하면 김진왕 씨가 대응하는 걸 보고 아, 회의에서 이렇게 하기로 했구나, 감탄을 했거든요. 제가 바로 뒤에 있었는데, 김진왕 씨가 동전을 계산대에다가 와르르 털어놓으면서 첫 마디. 손대지 마요 이거 제 돈이에요. 제 돈이니까 당신이 세다가 10원이라도 틀리면 다시 세야 되니까 쉬세요, 그러고. 자 보세요 여기 10원 있어요, 10원. 자 보세요, 20원. 이걸 천천히 세고는 자, 이거 100원 이에요. 하나의 일화이기도 한데 우리가 아까 시민들하고 싸우지 말자부터 시작해서 저쪽에서 동전 세는 기계까지 가져온 걸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행동 요령까지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준비를 했던 그런 싸움이었다.


이명자: 그리고 당들이 또 나섰어요. 경제살리기도민회의부터 시작해가지고 국민의 당까지 5개 정당이 다 같이 했어요. 민관정이 다 했어요.


김남규: 너무 구조화시키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활동하면서도 느끼는 게 있거든요. 이게 패턴인데, 시민사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그 다음에 구체적인 어떤 제도 개선이라든지 했을 때, 그러니까 촛불은 정치권이 들어오면 모양이 이상해지지만 또 정치 제도, 뭐 조례의 문제나 이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합이 이루어져야 되는 부분이에요. 저는 이것을 그런 케이스로 봅니다.


조지훈: 네, 네 맞아요. 특히 제도 개선의 문제는 확실히 그런 거죠.


김남규: 이제 현재 시점으로 와서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동전장보기 투쟁 자체를 기억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투쟁의 경험이 또 다른 형태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나 정치영역이나 우리가 그때 했던 만큼의 대응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시장이 대형 자본에 의해서 이미 많이 점유가 됐고 마지막 견디고 있는 그룹만 남아 있는 거죠. 그래서 제안한다면 이제 처음에 우리가 대형마트 고민했던 것처럼 다시 공부해보자. 현재 유통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변해왔고, 또 그들의 시장점유나 그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전략을 짜야 될 상황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현재적 과제가 뭐가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지훈: 정말 중요한 건 뭐냐면 지금 현재의 유통시장은 이제 대형마트나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 같은 것도 있지만 핵심은 이제 온라인 마켓이거든요. 우리가 대형마트 문제를 가지고 길게는 2006년에 시작했으니까 4~5년을 쭉 공부해서 쌓였던 힘이 발산된 거였던 것처럼 현재 유통현황에 대한 공부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해야 된다.  두 번째는 실제 우리가 이것을 이루었던 힘이 동전 장보기로부터 촉발된 전국적 연대였다고 하는 걸 다시 각인했으면 좋겠어요. 전국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었던 그 거점이 전북이었고, 그 거점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이 동전 장보기였고 이 동전 장보기가 어떻게든지 우리 지역 내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하려고 했던 그 노력이 전국적 파급력을 낳았던 거였거든요. 전국적 연대, 약자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연대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이명자: 저는 참여연대가 저희에게 SSM 대응, 중소상인 살리기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이 조직이 너무나 일사분란하게 일을 추진하시니까 너무 편했어요. 그리고 한 번 해본 그런 것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하겠다, 저렇게 옆에서 상임 집행위원장으로서 그런 역할들 다 해주고 하기 때문에 정말 그때 굉장히 수월하게 했다는 그러한 생각을 했었어요. 


김진왕: 저는, 동전 장보기 하면서 보면 근무하시는 분들도 계속 365일 일해야 했잖아요. 한 달에 두 번 쉬게 된 거하고, 그 다음에 계산대에 의자가 없었거든요. 다 서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계산대에 의자가 놓이기 시작하고 그런 거 보면 참 좋았던 기억이 남습니다.


이창엽: 돌이켜서 정리를 해보자면,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때 시민들은 우리를 좀 더 이해해주고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주려고 했었던 그게 참 감사하고요. 결국 그런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려고 했었던 그 사람들. 우리 조의장 포함해서 우리들, 여기에 앉아 계신 분, 또 여기에 없지만 많은 분들이 그 악조건을 뚫어냈고 결국은 그걸 성취했다는 것에 대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남규: 자 이제 좀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동전 투쟁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또 결과가 지어지는 과정에 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쭉 한 번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부적인 우리의 계획들, 전략들 이런 것들이 다시 확인됐고,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 가던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온라인 마켓뿐만 아니라 SSM 이런 것까지도 우리가 지역 경제 내지는 서민들 생각에서 다시 한 번 자료를 수집하고 전략을, 대책을 수립해야 된다는 정도로 과제를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에 학습하고 투쟁할 때 다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박수)







창립 20주년 기념 좌담회 - 동전장보기(백서수록용 김남규편집).hwp


동전투쟁을 기억하며.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