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과 정치 혁신이 절실하다 (김영기대표)




최근 전주 시내 거리에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정동영 의원의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환영할 만한 일대 사건이다. 국회의원 스스로 앞장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제도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 다만 원내 정당도 아닌 소수 정당 대표로서 주장하고 있어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갖는지 의문일 뿐이다. 하지만 시작이 미약하더라도 결국 국회의원 소환제도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국민적 요구이며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국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과 패스트트랙 문제로 수개월을 공전하며 몸살을 앓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또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다수 정당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구도 타파와 표의 등가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를 중· 대선거구제로 바꾸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소선거구제인 지역구 선거에서는 여전히 사표가 심하게 발생하고 지역구도와 결합하여 양당구조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양당구조 강화, 소선구제는 한 묶음이고 의원내각제, 중·대선거구제, 다당 구조는 또 다른 묶음이다. 이번 선거구제 개편은 절충과 짜깁기에 그칠 뿐 기본 틀을 완벽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의원 정수 확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정수 확대 없는 제도 도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근거해서 살펴보면 의원 정수 확대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도 만만하지 않고 반대가 훨씬 높다. 여기에 더해 현시점에서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이 합당한가도 여전히 의문이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지역구 의석에서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촌 인구 감소, 수도권 인구 집중 가속화, 지역의 사멸 및 주변화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유출과 감소가 심한 농촌 지역구와 지역의 의석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농촌과 지역의 대표성이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확률이 크다. 지역 대표성 감소는 한국 정치 구조에서 예산 감소와 지역투자 감소, 불균형 발전, 인구 유출 가속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문제는 당연히 지역 대표성 유지를 위한 방안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다. 


지역 대표성의 약화를 보완하는 것과 지방자치를 풀뿌리에서부터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양원제를 도입하여야 하며 현실에서는 지역정당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 현행 정당법은 중앙당은 무조건 서울에 두어야 하고 5개 권역 이상의 도당을 두어야 하는 정당 등록 조건으로 사실상 지역당을 불허하고 있다. 서울 중심 정당만이 가능한 이유이다. 지역을 근거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당 설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제도이다. 정당 설립 요건 완화는 민주주의를 풀뿌리에서부터 강화할 수 있는 제도이다.


촛불시민혁명의 큰 산을 넘었지만 정치개혁 과제는 아직도 요원하다. 현 정치구조의 후진성과 기득권 국회로 인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회의원 소환제도 도입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더불어 유명무실한 지자체장 탄핵 제도도 운영이 용이하도록 개편되어야 한다. 주민투표 성립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투표법, 국민 소환제·발의제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민 참여 제도 활성화의 길이며 지방 자치를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최우선 과제이다. 이해 충돌 방지, 김영란 법의 현실화 및 처벌 강화 등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형식상의 세비 인하를 비롯한 특권 내려놓기의 쇼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진정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처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모든 정당들이 공동으로 주장하며 의원 합의를 이룬다면 의원 정수 확대에 비판적인 시민여론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연동형 비례 대표제 도입도 시민 지지를 받으면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솔직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히며 시민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그때그때 여론 악화에 대한 즉자적 대응으로 위기 돌파형이나 겉 다르고 속 다른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였기에 현재처럼 정치가 여론으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고착되었다. 정치발전과 성숙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것과 현실에서 바로 적용해야 할 과제들을 분류하여 하나씩 하나씩 순차적으로 입법화시켜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촛불혁명에서 드러난 시민의 요구와 민주주의 진전과 성숙의 요구를 정치에 담아내는 노력을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참여하는 시민들이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야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포퓰리즘이나 극좌·극우적 주장들을 걸러내면서 소통과 합의에 입각한 정치개혁 과제들을 실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하며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기이다. 참여와 행동하는 시민이 앞장서서 꽉 막힌 정치를 변화시키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글 | 김영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