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속수무책 - 김경후
2020. 7. 6. 15:45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생각은 저만큼 가 있는데 몸은 밍그적대고 있을 때, 생각은 여기까지인데 입은 이미 놀려지고 있을 때, 깊으면서도 명쾌한 답을 기대하는 아이가 초롱초롱 쳐다볼 때, 속수무책을 읽는 중인 저는 난감합니다. 세상에 제일 많이 있을 것 같고, 긴 인생 동안 사람들이 늘 펼쳐놓고 있을 법한 책, 속수무책!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