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허공 - 이덕규
2019. 11. 8. 12:13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딸아이는 많은 영화를 나랑 보고 싶어 한다. 나도 딸아이랑 함께 하고 싶은 영화가 많다. 아이는 무섭고 괴기스런 것을, 나는 잔잔한 웃음과 이야기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취향이 다르다 보니 딸아이는 매번 서운하고 서럽고, 나는 또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둘이 딱 맞는 영화를 만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지난 해 딸이 “82년생 김지영”을 찾아 읽고 엄마도 읽었어 물었다. 응 대답만 하고 또래들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거니 싶어 아이의 감상을 묻지는 않았다. 얼마 전 영화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