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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주당 기초단체장 공천자가 결정되었다

글 | 김영기 대표 (부정부패시민센터/지방자치연구소)

 

민주당 전북의 기초단체장 공천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경선에서는 가점과 감점이 당락을 가른 곳이 많았다. 전주. 남원. 장수. 순창 군수 공천자가 정치신인으로 가산점을 받았다. 하지만 퇴직을 앞둔 관료나 오랜 정당 활동을 한 모두에게 선출직 출마가 처음이라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정치신인 20% 가점을 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최소한 40세 이하의 출마자 등 정치신인의 정의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경선을 가른 변수 중 하나인 ‘선출직 공직자 평가’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웠는지도 논란이다.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을 위한 안전장치나 무기로 왜곡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공천자 중 여성이나 청년은 없다. 변화와 혁신, 개혁 공천은 공염불이 되었다. 완주 군수 공천자는 언론에 어마어마한 돈을 배팅하며 노름을 하는 사진과 더불어 도박 녹취록이 나와 큰 충격을 주었다. 중앙당 최종 공천자 결정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큰 판돈의 도박은 범죄이다. 즉각적인 조사로 진위 여부를 명확히 하여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공천은커녕 사법처리되어야 한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정책과 공약은 거의 없거나 베끼기, 뻥튀기가 많았다. 오직 네거티브와 아니면 말고 식의 상호 비방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응대를 독려하는 문자 폭탄이 전부였다. 이 와중에 전주시장 이중선 후보의 선거 브로커 폭로 회견과 녹취록이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키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늘 설로만 회자되던 경선 카르텔과 선거 브로커의 실체와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여기에 전북자원봉사센터 전격 압수수색과 권리당원 입당원서 사본의 무더기 발견으로 내부 횡령 사건이 조직적 당원 모집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한마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천 과정이었다. 선거 브로커 득세, 여론 조작, 권리당원 동원과 대납, 이중투표, 당내 심사 과정의 공정성 시비 등 돌출된 문제들에 대해 도당은 역시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공천이 곧 당선과 직결되는 지역 정서를 무기로 일당 독재의 폐해와 오만함을 고스란히 노출하였다. 

 

  전북의 민주당 공천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공직 평가와 각종 여론에서 앞서던 송하진 지사의 느닷없는 컷오프 탈락이었다. 교체 지수와 3선 피로감 이외의 명확한 탈락 이유가 없어 많은 설들이 난무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으로 인한 충격적인 인위적 퇴장이었다. 광주 시장 경선이 컷오프 없이 경선으로 결정되면서 희생양으로 전북 지사의 컷오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컷오프를 항의하던 캠프 구성원의 일부가 느닷없는 경쟁 후보 지지선언은 이유를 떠나 권력 무상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새집 찾기로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던 전주시장 임정엽 후보가 8년 전과 똑같이 컷오프 되었다. 대선에서 조건 없는 입당을 받고도 이미 20년도 더 지난 해묵은 사건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무시하고 또다시 경선 기회조차 박탈한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소수파인 유력 후보를 경선에서 배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논란을 일으켰다.

 

  공천을 담당하는 민주당 도당 자격심사위와 재심위. 공관위가 구성부터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며 특정 인사들의 중복 참여로 비판을 받고 객관성과 독립성을 상실하여 논란과 반발을 자초했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부동산 투기와 이해 충돌, 음주운전 등의 처리에 있어 이중 잣대 등 많은 문제를 노출했고 공천이 사천으로 전락하여 충성도와 정적 제거 등이 변수로 작용하여 유력 후보들이 대거 탈락하였다. 공당의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동원과 대납, 브로커의 산실, 여론조작, 이중투표의 대명사인 권리당원 비중을 낮추고 시민 참여를 더욱 넓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변해야 전북이 산다.

(이 글은 전북일보(2022.04.29)에 기고한 컬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