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이번 겨울은 눈이 온 적이 있었나 싶게 큰 눈 없이 계절의 끝에 온 듯합니다.
반가움을 느낄 새도 없이 스러져버린 눈들 마냥 많은 인연들이 우리 곁을 오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스쳐가는 인연, 복잡하고 질기게 얽힌 인연, 미처 존재를 깨닫기도 전에 잊혀진 인연, 우연의 반복으로 더 반가운 인연,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 등등. 다양한 인연으로 얽힌 그들은 사실 우리 삶의 방문객들입니다. 방문시기와 목적과 시간이 다를 뿐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떠나보내야 할 인연들입니다. 놓지 못 하는 건, 놓았다고 느끼는 건 나의 마음인 것이지요.
하얀 눈이 주는 순수와 평화의 마음은 내 두 손이 비어 있을 때 받을 수 있습니다.
글 | 이형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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